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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보조금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예산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내연기관차를 전기놀이터 릴박스
차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한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의 정부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혜택을 주며, 세금을 들여 충전소를 짓는 등의 방법으로 전환을 유도할 거다.
그런데 정부가 내연기관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제혜택을 주며, 주유소를 더 많이 짓는 정책을 편다면 어떨까. 전기차 지원 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게GS주식
뻔하다. 때에 따라서는 아무런 정책적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정부가 서로 다른 효과를 내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이런 황당한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는 앞에 언급한 전기차ㆍ내연기관차 보조정책을 모두 추진했다. 기후 대응을 빌미로 세금만 낭비하고 있세아특수강 주식
다는 얘기다.
■ 시대에 역행하는 연탄 보조금 = 화석연료 보조금도 같은 맥락에서 꼬집을 수 있다. 화석연료는 기후위기의 주범인 만큼 사용을 조금씩 줄여야 하는 에너지원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보조금을 주면서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한쪽에선 화석연료 보조금을 주고, 한쪽에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투입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비에스이 주식
어지고 있는 셈이다.
기후정책 전문 민간싱크탱크인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2023~2024년 에너지 보조금 규모를 비교 분석해 발표한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국내 화석연료 보조금의 실체' 보고서(2024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화석연료 보조금(세제혜택 포함)은 11조7000억원으로, 재생에너지 보조금(1조2000억원)의 9.8배에 달했다.증권전문가방송
물론 여기엔 유류세율 인하에 따른 세제혜택 4조5000억원이 들어 있지만, 이를 빼더라도 보조금은 수조원에 이른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석탄ㆍ연탄 관련 보조금이다. 한국은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석탄ㆍ연탄 관련 보조금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도 무연탄의 생산ㆍ발전ㆍ사용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4년 기준 1560억원 규모로, 2023년(1420억원)보다도 증가했다.



공익직불금의 일부 내용을 개편했지만, 맹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사진뉴시스] 








항목별로 보면 연탄제조사 등을 위한 '탄가안정대책보조' 예산 640억원, 연탄 수요 감소에 따른 '대한석탄공사출자' 예산(지원) 400억원, 연탄 사용자를 위한 '에너지바우처' 예산 210억원, 국산 무연탄 의무 소비 발전사업자를 위한 지원 예산 160억원, 연탄ㆍ무연탄 부가세 면세 140억원이었다.[※참고: 세제혜택을 포함한 보조금 예산만 따진 게 이 정도다. 석탄수급 안정을 위한 예산이나 폐광 대책비 등을 포함하면 연탄산업 지원 예산은 이보다 더 많다.]
■ 부농도 받는 공익직불금 = 좋은 취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한 후 현실과의 괴리로 숱한 문제점을 낳고 있지만,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탓에 낭비되는 예산도 있다. 바로 공익직불금이다. 공익직불금은 농업 활동을 통해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의 공익을 창출하도록 일정 자격을 갖추고 준수사항을 이행하는 농업인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취지도 있다. 예전에는 농업직불금으로 불렸다.
이 농업직불금을 두고 '면적에 비례한 직불금 지급으로 인해 농가 양극화가 확산한다'거나 '지원의 초점이 쌀재배 농가에 쏠린 탓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지적이 적지 않았다. 결국 2020년에 제도를 개선하면서 지금의 용어로 바뀌었다. 그 결과, 직불금이 중소형 농업인들에게 좀 더 이전되는 효과가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허점은 여전히 많다. 기본적으로 공익직불금 중 '기본형 직불금'은 경작하는 농지의 면적별로 구간을 둬서 단가를 차등 적용한다. 면적이 넓을수록 낮은 단가를 적용하는 식이다.[※참고: 2024년 기준 공익직불금 예산이 2조9090억원인데, 기본형 직불금 예산이 2조6335억원을 차지한다. 사실상 기본형 직불금이 공익직불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면적에 상한선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넓은 농지를 가진 농업인일수록 공익직불금도 많이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쌀농사의 경우 요즘은 대부분 기계로 이뤄진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기본형 직불금이 부농에게 더 많이 지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보고서 '농업ㆍ농촌 공익기능증진 직불사업 평가'에 따르면 상위 10% 농가에 지급한 농가당 직불금은 2023년 기준 341만1260원이었는데, 이는 하위 10% 농가 직불금(30만8330원)의 11배나 많은 규모였다. 예산 낭비적 요소가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유류세 인하 정책도 화석연료 보조금 정책 중 하나다.[사진뉴시스] 





사례로 든 정책을 종합하면, 화석연료 보조금 11조7000억원과 공익직불금 예산 2조9090억원을 합친 총 14조6090억원이 낭비된 셈이다. 만약 이 돈을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농가와 어가 인구 217만6100명에게 매월 20만원씩 지급한다면 약 3년간 쓸 수 있는 재원이다.
혹시 기본소득으로 쓴다면 2273만 가구(2023년 기준)에 매월 5만3560원을 1년간 지급할 수 있고, 청년층 취업지원(2024년 1조9689억원)에 쓴다면 7년간 사용할 수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개선하기만 해줘도 줄줄 새는 수십조원의 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면서 "국민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정책부터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juckys@thescoop.co.kr